잔잔한 수면 위로 은은한 조명과 옅은 달빛이 섞여 마블링을 이루었다. 그 광경을 담아내는 투명한 눈동자도 물결처럼 일렁거렸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깨끗하게 지운 사람처럼 그저 물과 달빛만 응시한다. 영도는 한참 전부터 정지화면처럼 서 있는 길쭉한 인영을 줄곧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을 떼지 않으며 차가운 탄산수를 한모금 삼키는 영...
쨍한 여름 햇살이 긴 복도를 뜨겁게 달구었다. 안 그래도 짧게만 느껴지는 여름방학을 반토막 내는 보충수업이 끝나고, 아무리 공부에 찌들어도 토요일은 토요일이라 모두들 환하게 웃는 얼굴로 우르르 빠져나가 텅 비어버린 학교의 복도는 한산했다. 활짝 열린 창틈으로 후텁지근한 바람이 불어와 흥수의 머리카락을 흐트려놓았다. 잠시 멈춰 서서 상쾌하지만은 않은 바람을 ...
마지막으로 날린 슛이 멋들어지게 골문을 두드렸다. 역전골이 터지자 휘파람과 환호성이 쏟아져 나오고 거칠게 달려든 사내 녀석들이 내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어트렸다. 나 역시 즐겁고 신나서 한바탕 호탕하게 웃고는 한 게임 더 하자며 매달리는 녀석들을 물리고 교복을 벗어둔 벤치로 걸어갔다. 수하와의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땀냄새 폴폴 풍기며 만날 수는 없...
"야 박수하! 조심해!"다급한 외침에 힐끗 돌아보는 박수하의 안면을 강타한 농구공이 강당 마룻바닥을 통통 굴러갔다. 비틀거린 박수하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순간 흐르던 정적이 여자애들의 찢어지는 비명소리로 깨어졌다. 하라는 농구는 안 하고 장난질을 치다 결국 사고를 낸 녀석들이 박수하를 향해 우르르 달려갔다. 모든 것이 무료해 강당 한 구석에서 음악이나 듣...
귀가 떨어져나갈 것처럼 추웠다. 긴 다리로 거의 뛰다시피 걸어온 흥수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12층에 서있는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길 기다리는 시간이 더 추울 것 같아 그냥 계단을 두 세 개씩 뛰어올라갔다. 고남순의 집은 5층이었다. 차라리 설렁설렁 뛰는게 더 빨랐다.제집처럼 현관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 흥수가 곧장 안방으로 향하던 몸을 돌려 ...
10년도 훨씬 전에 썼던 글인데 다시 보니 뭔가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 저러다 곧 고꾸라져도 이상하지 않겠군. 처음엔 손가락 한마디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간격이 조금씩 벌어지면서 그에 따라 반동의 정도도 커지고 있다. 살포시 내리감긴 눈은 이젠 좀처럼 뜨여질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데비의 괄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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